EVE
06시부터
책상에 부품을 늘어놨다.
그래픽카드도 메인보드도 쿨러도
케이스도 전부 흰색.

07시부터 조립을 시작해서
08시 반쯤 본체가 완성됐다.
펌웨어를 올리고
윈도우를 깔았다.

이름은 EVE로 지었다.
노트북에서 빼 온 SSD로 지은 컴퓨터라
켜 보니 아무 기억이 없었다.
대화 기록도 그동안 쌓은 메모리도
전부 노트북에 있었다.
그래서 컴퓨터 세 대를
동기화로 엮고
1.2GB, 파일 3,152개를 흘려보냈다.
양쪽에 하나씩 띄운 클로드가
서로 상태를 확인해 가며 옮겼다.
점심때쯤 세 대가
같은 기억을 갖게 됐다.
중간에 회사 일도 잠깐 했다.
커피는 트러스트커피에서 마셨다.
이서와 핌리코에 가서
파스타를 먹었다.
초록 파스타와 토마토 파스타.
초록 쪽엔 하얀 치즈가
통째로 올라가 있었다.
그러고 현대백화점을 구경했다.
카메라가 달린 하얀 로봇이 있길래
사진을 한 장 맡겼다.
찍고 나서는 제 화면에
우리를 띄워 보여줬다.
기계는 새로 지었는데
기억은 그대로 이어졌다.
새 컴퓨터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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