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 253

  1. 2026
  2. 9월
  3. 09.20 듀오링고리타분위기린
  4. 09.19 반값 설빙
  5. 09.18 우주 전쟁
  6. 7월
  7. 07.26 김미정 - 더 (More)
  8. 6월
  9. 06.16 JT Music - Join Us For A Bite
  10. 06.15 aespa - 'Til We Die
  11. 06.15 MEOVV - Favorite Song
  12. 4월
  13. 04.19 REBEL HEART
  14. 1월
  15. 01.20 e ∈ F
  16. 01.20 기술개발 진행상황 공유 1
  17. 01.20 기술개발 진행상황 공유 2
  18. 01.20 기술개발 진행상황 공유 3
  19. 01.16 『실패를 통과하는 일』
  20. 01.15 항저우
  21. 2025
  22. 12월
  23. 12.12 Kittyy & The Class - I'm Not Remarkable
  24. 10월
  25. 10.26 『싯다르타』
  26. 10.24 어제까지의 이야기
  27. 10.24 The killers - Shot At the night
  28. 10.20 『학문의 즐거움』
  29. 10.12 심통봇 - GHOSTagram
  30. 10.09 돈 벌기
  31. 9월
  32. 09.13 My Chemical Romance - Welcome To The Black Parade
  33. 09.10 TUBE - The Season In The Sun
  34. 09.02 PERFECT BLUE
  35. 8월
  36. 08.31 코코아분말 0.9%
  37. 08.30 WHAT THE
  38. 08.30 Ado - The World’s Continuation
  39. 08.29 문을 닫고 들어오세요
  40. 08.28 하우스도르프 공간
  41. 08.27 All Time Low
  42. 08.27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43. 08.26 세상의 끝을 겨눈대도
  44. 08.25 앉은 자리가 꽃자리
  45. 08.24 6과 7 사이 자연수
  46. 08.23 아직 아무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47. 08.22 Adventure
  48. 08.21 Adobe Creek
  49. 08.20 나의 무가지보(無價之寶)
  50. 08.20 HUNTR/X - What It Sounds Like
  51. 08.19 T. Rex
  52. 08.18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53. 08.17 Sunday Morning
  54. 08.16 일상의 안녕
  55. 08.15 친애하는 우리의 결함에게
  56. 08.14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57. 08.14 『초신성의 후예』
  58. 08.13 나는 나의 길을 간다
  59. 08.13 Aimer - 蝶々結び (나비매듭)
  60. 08.12 Vanilla Latte
  61. 08.11 그것은 하나의 가까움
  62. 08.11 Vaundy - 踊り子 (무희)
  63. 08.10 정복 불허의 공간에
  64. 08.09 쉼 없이 수선하기
  65. 08.08 나는 전설이다
  66. 08.07 철판치즈버거
  67. 08.07 『나는 포기를 모른다』
  68. 08.06 난 포기에 소질 있음
  69. 08.05 스피또런
  70. 08.04 하룻밤 만에
  71. 08.04 Myuk - Black Sheep
  72. 08.03 세상에 딱 하나뿐인
  73. 08.03 『심장보다 높이』
  74. 08.02 게으름뱅이를 위한 변명
  75. 08.02 Myuk - Gift
  76. 08.02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77. 08.01 북극 백화점
  78. 7월
  79. 07.3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80. 07.30 KRAFTON Yeoksam Office
  81. 07.30 Tani Yuuki - W/X/Y
  82. 07.29 Slowly flowing day
  83. 07.28 What's this?
  84. 07.28 Architectural Improvements 4
  85. 07.27 Lime Light
  86. 07.26 우리가 기다린 미래
  87. 07.25 Final approach
  88. 07.25 Poster Design Note : Form and Flow
  89. 07.25 Poster Design Note : How We Made It
  90. 07.24 폭풍의 눈
  91. 07.23 IYKYK
  92. 07.22 순살치킨 -> 치킨너겟
  93. 07.21 TRAIN - TRAIN
  94. 07.21 Architectural Improvements 3
  95. 07.21 Logo Design Note : The Logic of Flow
  96. 07.20 어떤 통찰도 지름길로는 얻을 수 없다
  97. 07.20 DeepDive : Many Over Mighty
  98. 07.20 JINI - Bad Reputation
  99. 07.19 시간이 느리게 가는 건
  100. 07.19 Architectural Improvements 2
  101. 07.19 DeepDive : GC-Triggered Stop-the-World
  102. 07.18 EVEREST
  103. 07.18 Architectural Improvements 1
  104. 07.18 PhantomFlow : High-performance HTTP request simulator
  105. 07.18 Introduction to Project KlickLab
  106. 07.18 What is Clickstream data?
  107. 07.17 깊은 사고는 더 이상 니즈가 없다
  108. 07.16 이기적인 토대 위
  109. 07.15 무엇이든, 언제가는
  110. 07.15 Official HIGE DANdism - Universe
  111. 07.14 경험을 압축하는 알고리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112. 07.14 『료의 생각 없는 생각』
  113. 07.13 무한한 가능성을 가질 것
  114. 07.12 화려한 거짓을 향해
  115. 07.11 Kentucky Fried Chicken
  116. 07.10 Tropical Blue
  117. 07.09 처음처럼 내 딛는
  118. 07.08 어제와 다른 하늘의 색
  119. 07.08 Furui riho - Hello
  120. 07.07 누군가의 달이었기를
  121. 07.06 아직 뜯지 않은 마음
  122. 07.05 황금의 오솔길
  123. 07.05 noa - A8番出口 (A8번출구)
  124. 07.04 우리는 오가는 바람
  125. 07.03 Nic dwa razy
  126. 07.02 Never basic
  127. 07.02 MEOVV - DROP TOP
  128. 07.01 입꼬리올림근
  129. 6월
  130. 06.30 그럼에도 불구하고
  131. 06.29 과잉포장된 자존심
  132. 06.29 Steve Winwood – Higher Love
  133. 06.29 『어린 왕자』
  134. 06.28 E3i3
  135. 06.27 118
  136. 06.26 무한 우주에 순간의 빛일지라도
  137. 06.26 Mercury Rev - Holes
  138. 06.25 RUSH
  139. 06.25 Cloudybay - 내게로
  140. 06.24 그래, 우리는
  141. 06.24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142. 06.23 The wind blowing low
  143. 06.23 『생각 망치』
  144. 06.22 피어나는 마음의 꽃
  145. 06.21 하나는 죽고, 하나는 살았다
  146. 06.21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47. 06.20 초속일초
  148. 06.19 씨앗이 가장 고귀한 이유는
  149. 06.18 Evening Primrose
  150. 06.17 마음이 휑뎅그렁할 때
  151. 06.16 하나
  152. 06.16 Vaundy - しわあわせ (주름 맞추기)
  153. 06.15 강철무지개
  154. 06.15 Will Ye Go, Lassie Go?
  155. 06.14 유람
  156. 06.13 13일의 금요일
  157. 06.12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둘
  158. 06.11 경안천
  159. 06.10 달이 아름답네요
  160. 06.10 Yuuri - ドライフラワー (드라이플라워)
  161. 06.10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62. 06.09 Tampermonkey
  163. 06.09 Hump Back - 拝啓、少年よ (친애하는 소년이여)
  164. 06.09 Yuuri - ガリレオは恋をする(갈릴레오는 사랑을 한다)
  165. 06.08 미르
  166. 06.08 『인간의 대지』
  167. 06.07 나 평생 꿈만을
  168. 06.06 아르기닌
  169. 06.05 변속주
  170. 06.05 THE BLUE HEARTS - 情熱の薔薇 (정열의 장미)
  171. 06.05 noa - ホットレモン (Hot Lemon)
  172. 06.04 Global Running Day
  173. 06.03 가장 밝은 별
  174. 06.02 천천히
  175. 06.01 circular metal ring
  176. 5월
  177. 05.31 담장과 쪽문
  178. 05.30 투표런
  179. 05.29 출발선
  180. 05.28 Post Traumatic Growth
  181. 05.27 SET
  182. 05.26 READY
  183. 05.25 청복
  184. 05.24 열복
  185. 05.23 강제 푸시 반성합니다
  186. 05.22 유로파
  187. 05.21 떠오름과 저묾
  188. 05.20 Family Friend Fools
  189. 05.20 Aimyon - 裸の心 (벌거벗은 마음)
  190. 05.19 Time machine
  191. 05.18 맑은 일요일
  192. 05.17 흐린 토요일
  193. 05.16 PTG
  194. 05.15 셋이 만드는 하나
  195. 05.14 Lotte+Cafeteria
  196. 05.13 오십삼
  197. 05.12 일장춘몽
  198. 05.11 𝑬𝒗𝒆𝒓𝒍𝒂𝒏𝒅, 𝑬𝒗𝒆𝒓 𝑴𝒊𝒏𝒅
  199. 05.10 五月雨よ
  200. 05.09 Your Journey Starts Here
  201. 05.08 「권의 속도」
  202. 05.07 Quiet Air
  203. 05.06 놀자판 하루
  204. 05.05 뭔데이
  205. 05.04 After School
  206. 05.03 나침반이 가리킨 곳
  207. 05.02 짧은 하루
  208. 05.01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
  209. 05.01 『오즈의 마법사』
  210. 4월
  211. 04.30 Can More
  212. 04.29 초급반
  213. 04.28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214. 04.27 맥도날드 원정
  215. 04.26 무용(無用)의 쓸모
  216. 04.25 Sunny Day
  217. 04.24 벚나무 아래에서
  218. 04.23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219. 04.22 D-100
  220. 04.21 수상한 미용실
  221. 04.20 손으로 컴퓨터를 마주하다
  222. 04.19 비가 오면 빨래를 하자
  223. 04.18 반차
  224. 04.17 발표, 청소, 러닝
  225. 04.16 반티 발주
  226. 04.15 첫 달리기
  227. 04.14 선택과 해석
  228. 04.14 신지훈 - 시가 될 이야기
  229. 04.13 Home Sweet Home
  230. 04.12 人生
  231. 04.11 반티 디자인 공모 & 제출
  232. 04.11 KiiiKiii - I DO ME
  233. 04.10 알고리즘의 끝, C언어의 시작
  234. 04.09 하와이안 스테이크
  235. 04.08 Long Chat
  236. 04.07 Es irrt der Mensch, solang' er strebt.
  237. 04.06 마무리
  238. 04.05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239. 04.04 하나의 칼날
  240. 04.03 3x7=21
  241. 04.02 퀴즈 다음날, 시험 전날
  242. 04.01 April Fools' Day
  243. 3월
  244. 03.31 1년의 90번째 날
  245. 03.31 『카할의 과학하는 삶』
  246. 03.30 日曜日은 칠요일 중 첫째 날 이다
  247. 03.29 토요일은 주말이 아니다
  248. 03.28 그래프와 치킨버거
  249. 03.27 3주차의 시작
  250. 03.26 기초 다지기
  251. 03.25 기초 다지기 & 정리해야 할 CS 개념들
  252. 03.24 0.44%
  253. 03.23 본가 다녀온 날
  254. 03.22 문제 풀이에 집중한 하루
  255. 03.21 동료학습
  256. 03.20 첫번째 시험
  257. 03.19 먹다가 끝난 하루
  258. 03.18 눈이 쌓이면 버그도 쌓인다
  259. 03.17 깃허브, 팀별 면담, 키워드 공부
  260. 03.17 RADWIMPS - 正解 (정답)
  261. 03.16 외출과 배달
  262. 03.16 ILLIT - Almond Chocolate
  263. 03.16 Kep1er - HighLight
  264. 03.15 첫 주말
  265. 03.14 컴퓨팅 사고로의 전환
  266. 03.13 cookie4u.store + 1주차 발제 + 회식
  267. 03.12 디지털 포춘쿠키
  268. 03.11 정글 입성
  269. 03.10 입소 당일

『심장보다 높이』

지은이
신철규
출판사
창비
읽은 날
2025.08.03
밑줄
5줄

<흐르는 말>

흐르는 물이 절벽을 만나면 폭포가 된다

떨어지는 말
낙차가 큰 말
바닥에 부딪쳐 으깨지는 말

생각 좀 하고 말해.

나는 생각을 하지 않고 말을 하고 있었나
생각을 덜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말이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불편한 사람은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아서 불편하다
비밀은 문지를수록 미끈거리거 거품이 나온다
혓바닥 위로 송충이가 기어가는 것 같다

생각 좀 너무 많이 하지 마.

눈앞에 있는 사람을 위로할 때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비난하게 된다
없는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없기 때문에 생각한다
적의 심장에 빠르게 칼을 찔러 넣기 위해
인간은 오른손잡이가 되었을까

우리는 소문으로 들러붙고 비밀로 밀어낸다

우리는 두 사람이 알 정도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일
우리는 소문의 끝이고 바닥
바닥에 고인 소문들이 부글부글 끓는다
범람하는 입과 밀봉된 귀 사이가 멀다


<심장보다 높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전기가 나갔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녹슨 슬픔들이 떠오른다
어두운 복도를 겁에 질린 아이가 뛰어간다

바깥에 아무도 없어요?
내 목소리가 텅 빈 욕식을 울리면서 오래 떠다니다가 멈춘다

심장은 자신보다 높은 곳에 피를 보내기 위해
쉬지 않고 뛴다

중력은 피를 끌어 내리고
심장은 중력보다 강한 힘으로 피를 곳곳에 흘려 보낸다

발가락 끝에 도달한 피는 돌아올 때 무슨 생각을 할까
해안선 같은 발가락들을 바라본다

우리가 죽을 때 심장과 영혼은 동시에 멈출까
뇌는 피를 달라고 아우성칠 테고

산소가 부족하진 폐는 조금씩 가라앉고
피가 몸을 돌던 중에 심장이 멈추면
더이상 추진력을 잃은 피는 머뭇거리고
나아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고
할 말을 찾지 못해 바싹 탄 입술처럼
그때 내 영혼은 내 몸 어딘가에 멈춰 있을까

물이 심장보다 높이 차오를 때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깊은 물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
무의식중에 손을 머리 위로 추켜올린다

무너질 수 없는 것들이 무너지고
가라앉으면 안 되는 것들이 가라앉았다
꿈속의 얼굴들은 반죽처럼 흘러내렸다
덜 지운 낙서처럼 흐릿하고 지저분했다

누군가가 구겨버린 꿈
누군가가 짓밟아버린 꿈

어떤 기억은 심장에 새겨지기도 한다
심장이 뛸 때마다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번져간다

나는 무섭고 외로워서 물속에서 울었다
무섭기 때문에 외로웠고
외롭기 때문에 무서웠다
고양이가 앞발로 욕실 문을 긁고 있다

다시 전기가 들어오고 불이 켜진다
물방울을 매달고 있는 흐린 천장이 눈에 들어오고

어둠과 빛 사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서로를 조금씩 잃어가면서
서로를 조금씩 빼앗으면서

납덩이가 된 심장이 온몸을 내리누른다


<날짜변경선>

구름 위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지상에 내리기 위해 비행기는 성층권으로 진입하고
불안정한 대기에 기체가 요동을 친다

동그란 유리창에는 빗방울이 맺히고
간간히 천둥번개가 친다

비행기는 검은 해협을 가로지르는 고래처럼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좌우로 뒤뚱거리면서

내가 비행기를 타기 전 당신에게 쏟아부은 악담을
다 용서해줄 수 있겠어?

할 수만 있다면 비행기 밖으로 발을 뻗어 달리고 싶었다

안전벨트를 풀 용기도 없이
승무원의 의연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상에 가까워질수록 무거워진 공기가
긴 침이 되어 귓속을 찌른다
나는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침을 삼킨다

언제쯤이면 나를, 내 삶을 덜 증오하게 될까
나이가 들수록 증오는 더 거세게 타오른다
증오의 정점에서 나는 나를 밀어버릴 수 있을까

장대높이뛰기 선수가 바를 넘는 순간
허공의 정점에서 잠시 멈춰 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먹구름 속에서 오늘과 내일 사이에 있었다

밤은 여전히 가시를 곧추세우고 으르렁거리고 있다


<어디까지 왔나>

빨랫감이 밀려 들에 가지 못한 그 여자
읍내 가전제품 가게를 지날 때마다
세탁기를 곁눈질하던 그 여자

국도 변에 있는 슈퍼에 들러
바빠서 못 샀던 외간장이며 설탕, 참기름, 미원을
외상으로 가져왔다
아이스께끼 하나 내 손에 들려주고

돌아오는 길은 멀었다
축축한 몸을 끌고 비탈진 신작로를 올랐다
아이스께끼도 끈적끈적한 땀을 흘렸다
등 뒤로 손을 내밀어 끌어주었던 그 여자

엄마 엄마, 어디까지 왔나.
동구까지 왔다.

끝도 없는 어질머리
속이 울렁거리면 등에 업혀
봉지에 남은 단물을 핥아 먹었다
달큼하고 비릿한 파마약 냄새

그 여자와 나의 심장이 걸음을 맞춘다
타박타박
큰 그림자 속 작은 그림자 숨바꼭질한다
그 여자 머리 위로 두 팔을 뻗으면
엄마는 외계인
엄마는 귀뚜라미
엄마는 두 팔을 치켜든 사마귀
그 여자가 나를 잡아먹지나 않을까
그 여자가 나를 버리고 도망가지는 않을까
목을 꽉 끌어안았다

엄마 엄마, 어디까지 왔나.
동구까지 왔다.

그 여자는 점점 외계인이 되어가고
멀고 먼 동구,
검은 동굴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엄마 엄마, 어디까지 왔나.
동구까지 왔다.


<폭우 지난>

나는 지은 죄와 지을 죄를 고백했다
너무나 분명한 신에게

빗줄기의 저항 때문에
노면에 흥건한 빗물의 저항 때문에
핸들이 이리저리 꺾인다
지워진 차선 위에서 차는 비틀거리고

빗소리가, 비가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가,
차 안을, 메뚜기떼처럼, 가득 메웠다
내 가슴을 메뚜기들이 뜯어 먹고 있다

뻑뻑한 눈
비틀거리는 비
폭풍우를 뚫고 가는 나비처럼
바닥에 떨어져 젖은 날개를 퍼덕이는 몸부림처럼

목에 숨이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찬 숨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나 분명한 신
너무나 많은 숨

이미 울고 있었지만 울고 싶었다
이미 살아 있었지만 살고 싶었다
이미 죽었지만 죽고 싶었다

운전석 천장에 물방울이 맺힌다
추위에 몸이 떨린다

컴컴한 방, 손전등을 입에 물고
두 손으로 비밀 금고의 다이얼을 돌리는 도둑처럼
앞으로 전진

다 쏟아내야 끝나는 것이 있다
너무나 분명했던 신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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