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8] Evening Primrose 🏵️
오늘 새벽 퇴근길, 피곤하지만 산책을 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다 처음 보는 노란 꽃을 발견했다.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 같은 이른 아침
희미한 조도 속에서 조용히 피어 있던 그 꽃.
사진을 찍어뒀는데, 찾아보니 달맞이꽃이었다.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은
해가 지고 달이 뜰 무렵 꽃이 피기 시작하는 습성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점심시간, 같은 길을 산책하다가 그 꽃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정원 정비를 하며 주변 잡초들과 함께 뽑혀 버린 모양이다.
그 순간 이상하리만큼 슬펐지만,
그 몇 시간 전에 내가 그 앞을 지나며,
멈춰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고 느꼈다.
밤에 피어서 아침에 뽑힐 수도 있는 인생.
그래서 오늘,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제와 오늘이 있었다고, 내일이 반드시 있을 거라는 믿음이
사실은 내가 가진 가장 큰 착각일지도 모른다.
요즘 나는 날마다 꾸역꾸역 글을 읽고, 쓰려 하고 있다.
나에게 넘치는 것은 햇빛과 시간, 불안과 절망이고,
모자란 것은 배움의 이력과 희망, 미래의 투명성이다.
한 번도 낫이나 쟁기를 쥐고 땀 흘린 적 없는
한량 같은 존재가 과연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근원적인 의문이 불안의 뿌리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읽기를 넘어 쓰기를 시도하는 요즘,
글쓰기가 왜 이리 어려운가 생각해보면,
그림을 그리기 힘든 이유와 같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하나씩 문장을 붙여가다 보면
어느새 한 덩어리의 나누어질 수 없는 집합이 된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그 문장들이 단절된 낱말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온 감정과 경험의 궤적이라는 것을.
외우려 노력하지 않아도,
각 단계와 단계는 필연으로 이어져 있었다.
첫째, 둘째가 아니라, 그러니까와 그러니까의 연속이었다.
초반부의 작은 감정, 한 문장의 독백이
복선이 되어 하나의 글을 만들어내는 것.
어쩌면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잊지 않기 위해
내 한달을 일주일을 하루를 써 내려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